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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코드위에 세워진 세계, 기독교와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기독교와 비트코인을 나란히 놓고 바라볼 때 가장 인상적인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탈중앙화다. 우리는 흔히 강력한 중심이 있어야 질서가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두 체계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수천 년, 혹은 십수 년을 살아남았다.

신약 성경에는 수많은 필사본이 존재하지만, 단 하나의 ‘원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의 핵심 메시지는 훼손되지 않고 오늘까지 전해져 온다. 이는 성경이 특정 기관이나 한 권의 문서에 의해 지켜진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의해 복제되고 기억되며 보존되어 왔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장부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 곳곳에 흩어진 수만 개의 노드에 동일한 장부가 복사되어 있으며, 디지털 장부라는 점에서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나를 없앤다고 해서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조직 구조에서도 닮은 점이 드러난다. 기독교는 천주교와 달리 중앙집권적인 권위 구조나 단일한 지도자를 갖지 않는다. 교황이나 본부가 없어도 기독교는 존속한다. 비트코인 생태계 또한 마찬가지다. 사령탑도, 최고 의사결정자도 없다. 대신 개발자는 개발자의 역할을, 채굴자는 채굴자의 이해관계를, 사용자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생태계에 참여할 뿐이다. 누구도 전체를 통제하지 않지만, 전체는 스스로 작동한다.

이처럼 중심이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파괴 불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기독교를 없애려면 건물이나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 모두를 동시에 제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다. 서버 하나를 내리거나 특정 회사를 폐쇄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한순간에 제거하지 않는 이상, 비트코인은 계속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질문이 남는다. 중심도 없고 강제력도 없는 이 두 체계는 어떻게 그 정체성과 핵심 사상을 잃지 않으며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메세지가 분명하며 다른 것들과의 경계가 명확하게 구별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복음을 아는 사람은 이단의 왜곡된 가르침을 쉽게 분별할 수 있다. 또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수익이 난다’는 수많은 알트코인들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는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복음과 비트코인 모두, 그것이 아닌 것들과 분명히 구별되는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심이 없지만 그들의 기준은 분명하고, 권위는 없지만 성경과 코드의 내용은 변경되지 않는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가 그러하듯 엄격한 원리와 법칙 위에 세워진 시스템은 무질서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력한 질서의 형태를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기독교와 비트코인의 탈중앙성은 매우 닮았다. 중심이 없기에, 그리고 그 중심이 각 사람의 마음과 생각 안에 동일하게 존재하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니 결코 무너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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