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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신 하나님, 그리고 깊은 토끼굴]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 (로마서 11:33)

하나님의 크심과 비트코인 토끼굴*의 깊음을 말하려 할 때면, 곧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너무 크고 깊어서 그 실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크심을 이야기할 때 아래와 같은 말들이 인용되곤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하나님이 아니다.” 또는 “우리는 바닷가에서 모래알 하나를 집어 들고, 이것이 바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는 모두 인간의 언어와 사유만으로는 포착해 낼 수 없는 하나님의 크심을 역설한다.

비트코인에 대해 깊이있게 공부해 본 사람들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고백들이 터져 나온다. 비트코인 초기 개발자 중 한 사람은 “비트코인을 이해했다고 느낄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파고들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비트코인의 그 깊고 넓음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성경은 하나님을 단순히 “힘이 센 존재” 로 묘사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을 만드신 분이며, 인간의 이해와 계산을 넘어서는 분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부분적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의 전부를 알거나 상상해 볼 수 조차 없다. 기도 응답, 위로, 인도하심 같은 경험들을 통해 내가 하나님을 만났고 하나님을 안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과 경험 이상으로 모든 것을 초월하시는 분이다. 이는 마치 밤하늘의 별 하나를 보고 우주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비트코인 또한 배움과 연구의 범위가 매우 방대한 대상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인터넷 머니’가 아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의 검열저항성에 주목하고, 누군가는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또 다시 펼쳐지곤한다

왜 비트코인 결제에 10분의 시간이나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중앙 관리자 없이도 시스템이 유지되는지, 왜 지분증명보다 작업증명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인지, 왜 자유주의자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하는지 등을 이해하려면 여러 분야의 학습과 연구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수학, 물리학, 암호학, 경제학, 게임이론, 컴퓨터과학, 네트워크이론, 화폐의 역사등 수많은 인문학과 철학 그리고 과학적 연구 성과들이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갑자기 생겨난 하나의 기술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쌓여온 인간의 모든 지식 체계가 한곳에서 만나는 교차점 위에 세워진 위대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님의 크심과 비트코인의 깊이는 서로 전혀 다른 영역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우리에게 비슷한 태도를 요구한다. 쉽게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겸손, 일부를 보았다고 해서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신중함이다. 우리는 언제나 부분만을 경험할 뿐이며, 그 부분을 통해 더 크고 깊은 실재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그래서 진짜 차이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태도에서 드러난다. 하나님을 안다고 말하는 것과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삶은 다르며, 비트코인을 안다고 말하는 것과 그 철학과 원리를 이해하고 시간선호를 낮추며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 또한 다르다. 위기와 흔들림의 순간에 드러나는 선택이야말로,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결국 크신 하나님 앞에서도, 깊은 비트코인 토끼굴 안에서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같다.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마음, 끝까지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세계가 존재함을 인정하는 겸손이다. 그 자리에서 비로소 진짜 앎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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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토끼굴(Bitcoin Rabbit Hole)이란, 비트코인을 처음 접한 사람이 호기심으로 조금 알아보다가 기술·경제·철학·정치·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학습과 사유의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 번 발을 들이면 끝없이 이어지는 이해의 심연에 들어가는 느낌에서 “토끼굴”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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